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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허수아비 풍자 '세월오월' 파문이 남긴 과제와 교훈



공연/전시

    박 대통령 허수아비 풍자 '세월오월' 파문이 남긴 과제와 교훈

    세월오월 파문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하며 광주비엔날레에 큰 상처 남겨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다. (사진=조기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출품작 '세월오월' 전시 유보 파문은 홍성담 화백의 전시 자진 철회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에서 발생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전 검열 논란은 광주 문화계의 부끄러운 맨 얼굴을 드러내면서 많은 과제와 교훈을 남겼다.

    ◈ 박 대통령 허수아비 풍자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파문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을 승화시키기 위해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달콤한 이슬 - 1980 그 후'가 파행으로 얼룩졌다.

    민중미술화가인 홍성담 화백의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했다는 이유로 전시가 유보되는 등 파행을 겪다 결국 전시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대형 걸개그림인 홍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의 대표작으로 8월 9일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개막에 맞춰 광주시립미술관 외벽 등에 전시될 예정이었다.

    이번 사태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윤범모 책임큐레이터와 광주비엔날레 이용우 대표이사가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국내외 특별전 일부 참여 작가가 전시 작품을 철수한 데 이어 전시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일파만파로 사태가 커졌다.

    하지만 이번 '세월오월' 전시 유보 파문은 홍 화백이 지난 8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전시를 자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은 세월호 참사를 80년 5.18과 연계해 묘사한 작품인데, 작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허수아비로 묘사해 논란이 됐다.

    ◈ 광주시 시비 투입 이유로 '세월오월' 전시불가 입장 표명해 반발 초래

    홍성담 화백이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부분을 닭 모습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작품을 수정해 제출한다고 밝혔다. (사진=조기선 기자)

     

    세월오월 파문은 예향이자 아시아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에 커다란 생채기를 남겼는데, 이 과정에서 광주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시 오형국 행정부시장은 작품 제작 단계부터 작품 수정 압력을 가했고, 광주비엔날레재단의 공식 입장 발표 전에 '세월오월'의 전시불가 입장을 표명하면서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광주시의 전시불가 입장 표명 하루만에 세월오월 전시 여부는 광주비엔날레재단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비엔날레 재단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5.18 기념재단을 비롯한 5월 단체와 진보적 미술단체들은 광주시가 시비 투입을 이유로 예술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전검열을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홍성담 화백은 8월 24일 기자회견에서 "비엔날레 전문가는 비엔날레 이사장인 광주시장에게, 광주시장은 비엔날레 전문가에게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윤장현 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 광주비엔날레재단도 세월오월 파문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작품인 '세월오월' 전시 유보와 관련해 광주비엔날레 이용우 대표이사와 정범모 책임 큐레이터, 홍성담 화백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조기선 기자)

     

    광주비엔날레 재단도 세월오월 파문으로 인해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미술계의 웃음거리가 된 것과 관련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작품 수정 압력을 가한 광주시에 강력하게 저항한 것이 아니라 사태 초기부터 계속 광주시에 끌려다녀 파문이 확산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광주시가 전시 불가 입장을 표명한 이후 특별전 큐레이터들과 비엔날레 재단 관계자들 회의를 통해 전시여부를 논의하다 특별전 개막 시간이 지난 뒤에야 세월오월의 전시 유보라는 판단을 내렸다.

    광주비엔날레 이용우 대표이사는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가 홍 화백의 작품에 대해 전시여부를 결정하도록 전권을 부여하고 광주시의 외압을 막아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큐레이터와 비엔날레 전시 관계자들의 회의를 통해 전시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특히 이용우 대표이사는 세월오월 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표명하는 자리에서 뒤늦게 작품이 전시됐어야 한다고 밝히며 화살을 광주시로 돌리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광주비엔날레 이용우 대표이사가 외압을 막기는커녕 스스로 광주시의 산하기관을 자처하는 형식으로 이번 사태에 대처했다는 비판이 광주 문화계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 세월오월 파문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하며 광주비엔날레에 큰 상처 남겨

    세월오월 파문으로 1995년 창설 20주년 만에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우뚝 섰다는 광주비엔날레는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진보적인 작가의 작품 전시가 무산되고 책임 큐레이터와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가 사퇴의사를 표명하는, 외국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월 오월 파문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물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의 유수 언론, 미술 전문지들까지 대통령 풍자 그림에 대한 사전 검열 논란을 보도하면서 이번 논란이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했다.

    ◈ 세월오월 파문으로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 교훈 얻어야

    세월오월 파문으로 세계 5대 비엔날레라는 위상에 큰 상처를 입은 광주비엔날레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교훈을 얻어야만 이번 상처를 딛고 재도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광주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광주비엔날레에 시비를 투입했다는 이유로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되는 작품 제작과 전시에 개입하는 후진적 문화행정에서 탈피해야 한다.

    작가들의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사전검열을 시도하는 과거 독재정권식의 문화행정으로는 결코 광주를 문화도시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세월오월 파문과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광주시가 광주비엔날레재단이나 큐레이터들의 공식 입장 발표 전에 전시 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윤장현 광주시장이 이번 파문과 관련해 광주시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행정과 관련된 원칙을 재확인한 만큼, 앞으로 이런 원칙을 문화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실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기훈 상임이사는 "세월오월 사태와 같은 부끄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문화민주주의 실현 및 예술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도 시비를 지원받는다는 이유로 광주시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큐레이터들의 큐레이팅 권한을 보장하고 광주시와 정부로부터의 행정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년이 된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시 산하기관이라는 생각에서 탈피해 적어도 미술 분야에서는 문화도시 광주를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예산과 시비가 운영예산의 80%가량을 점유하는 상황은 언제라도 세월오월 사태와 같은 관권 개입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관권개입 논란을 막기 위한 재단 운영의 독립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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